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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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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기 쓰기 싫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호저님과 과외를 하는 시간 동안은 너무 재밌고 행복했는데 왜 갑자기 기분이 다운됐는지 모르겠다. 그냥 이 기분을 쓰려한다. 호저님이 쓰기 싫을 땐 쓰기 싫은 걸 쓰라고 하셨으니. 그냥 지치는 것 같다. 왜? 왜지. 와인을 안 마셔서 그런가? 비가 와서 그런가? 비는 문제없었다. 물론 비를 맞고 왔지만 그건 그거 나름대로 재밌었다. 생각해 보니 저번에 빅뱅 노래 들으면서 낭만 찾았을 때랑 오늘이랑 같은 옷이었다. 왜 그 옷만 입으면 비를 맞는 거지. 그 옷이 비를 맞고 싶어 하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그날그날 입은 옷에 따라 내 분위기를 결정한다. 그 옷이 너풀너풀거리면 내 발걸음도 너풀거리게 되고 정장 같은 깔끔한 옷이라면 어깨를 쫙 펴고 걷게 된다. 물론 ..
흉터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손등에 있는 흉터를 봤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문... 문.... 문지원? 어쨌든 문씨 성을 가진 여자애랑 팔씨름을 하다가 내가 질 것 같아서 그 여자애 손등을 손톱으로 찍었고 그 친구도 찍었고 그렇게 지저분한 팔씨름을 하다가 생긴 흉터였다. 그때는 그런 게 그냥 재밌었다. 서로 웃으며 넘겼는데 지금 손등을 보니 아직도 남아있어서 사실 좀 당황스럽다. 내가 남아있다는 것은 그 여자애에게도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분명 걱정을 해야 하는데 소름 돋게도 나는 지금 ‘걔도 손등에 나있는 흉터를 보고 내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홀리.. 어찌 됐든 이런 흉터를 보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이 든다. 물론 시적으로 말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생긴 흉터가 8-9년이..
모래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래바람이 세게 친다. 강수량이 적어 매우 건조하다. 일반적인 산이라면 산속에는 나무의 뿌리가 있을 것이고 산 위로는 나무들이 솟아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막의 모래산은 아래 위로 아무것도 없고 그저 표면만 존재한다. 어느 한 표면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단 한치의 삐져나옴도 용납하지 않는 부드러움이다. 물론 겉으로만 부드럽다. 모래가 어떤 것을 감추고 있는지 모른다. 감춘다? 일반적인 산은 나무를 드러내고 동물들을 키운다. 반면 모래산은 모든 것을 감춘다. 죽은 동물의 사체와 같은 모래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을 숨긴다. 이것은 필사적으로 부드러워하고 싶은 의지다. 또한 이것은 외로움이다. 사막이라는 이름 때문에 사람들과 동물들도 잘 살지 않으니까. 겉으로라도 부드러워..
요즘 시간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백수여서 그런 건 확실하다. 오늘 교회를 가야 한다는 것을 3시가 되어서야 알았다. 보통 같았으면 전날부터 가야지 했을 텐데 몰랐다가 바로 당일에 알아차린 것은 꽤나 큰 스트레스다. 약간 월요일에 학교 가야 하는 것을 알아차린 기분? 정말 가기 싫었다. 1시에 독서실에 왔는데 진짜 집중이 너무 안됐다. 그냥 다음 과제 끄적이는 정도 밖에 안 했다. 물론 아직 4시라서(글을 쓸 당시) 시간은 많이 있지만 하... 어지럽네 갑자기 문득 떠오른 건데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찍을 때 사진사님께서 나에게 고개를 좀 내리라고 했다. 나는 내린다고 내렸지만 사진사님은 더 내리라고 하며 이 말을 덧붙였다 “이 학생 고개 내리라는 소리 많이 듣겠네” 실제로 많이 듣지..
사랑의 조예 그는 멸종한 식물의 향기가 나는 사람이었다 그가 맡고 싶어 전화로 청하였으나 되지 않았다 난 달려가 그의 집 앞에 무릎을 꿇고 언 밤을 기다렸다 흰옷을 입은 그가 밖으로 나왔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발끝이 둥글게 닳아 있었다 한참 뒤에야 목소리가 들렸다 이 식물은 오래 물위를 달려왔어 가는 리와 새처럼 활동적인 부레를 달고 간혹 노래도 불렀어 하나뿐인 잎에 긴 끈이 달려 하늘손이 쥐고 이끄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어 한때는 떼 지어 이동한 몸이었지 함께여도 물에는 슬픔이 비치지만 자신의 숨소리는 듣지 않아도 돼 바깥으로 달리는 식물의 이야기야 아직 달리고 있는지 다시 무리를 지었는지 이후를 듣기 위해 나 매일 빌고 있어 반복하여 찾아가고 있어 사람들은 내게 깊은 물밑에서 나와 잠수를 그만두고 더..
오늘 친구의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갔다. 작년에도 경험한 곳이었기에 낯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온통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본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이곳을 들어갈 수 없을 것만 같았지만 누나랑 진기형을 먼저 보내고 뒤따라 들어갔다. 역시나 친구들도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왜 검은색 옷을 입는 거지? 찾아보니 옛날에 유교사상을 통해서 받은 중국의 영향이란다. 음양오행에 따라서 유교에서는 붉은색은 양, 검은색은 음을 뜻한다. 때문에 장례식장에서 음으로 가는 고인의 혼을 달래기 위해 검은 옷을 입는 것이라고 한다. 혼을 달랜다? 위로라니. 누가 누굴 위로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식장의 주인공이라면 검은 옷을 입은 것만 봐도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슬..
연말상영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극장에서는 그래. 스크린 향이 있다는 걸 아니. 기묘한 냄새야. 우린 쿠션 달린 의자가 아니라 계단에 꿇어앉아 있는 것 같아. 한 칸씩 낮아지거나 높아지면서. 누군가는 나의 정수리를 내려다보고 아래 있는 머리들을 볼링공처럼 보이네. 밀어내면 멀리 굴러가버리는 것들. 엔딩크레디트가 끝없이 올라가는 티셔츠를 입고 싶어. 영사기의 불빛을 내 목젖과 눈꺼풀 위까지 쐬어도 좋다. 이상하지. 불 꺼진 자리에서 너의 이름을 읽는 일은 왜 언제나 어려울까. 너는 어두울수록 맑아지는 게 있다고 했지만 나는 컴컴한 공간에서 매번 어리숙했다. 숨쉬는 걸 잊어버려서, 나중에는 귓가에 다른 사람의 숨소리가 닿는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나는 어둠 속에 하얗게 떠오른 너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