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da
3월 22일 본문
오늘 친구의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갔다. 작년에도 경험한 곳이었기에 낯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온통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본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이곳을 들어갈 수 없을 것만 같았지만 누나랑 진기형을 먼저 보내고 뒤따라 들어갔다. 역시나 친구들도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왜 검은색 옷을 입는 거지? 찾아보니 옛날에 유교사상을 통해서 받은 중국의 영향이란다. 음양오행에 따라서 유교에서는 붉은색은 양, 검은색은 음을 뜻한다. 때문에 장례식장에서 음으로 가는 고인의 혼을 달래기 위해 검은 옷을 입는 것이라고 한다. 혼을 달랜다? 위로라니. 누가 누굴 위로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식장의 주인공이라면 검은 옷을 입은 것만 봐도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슬픔을 유도하는 색깔인데 위로라니. 오히려 미련이 남게 하는 것 같다.
아무튼 식장에서 육개장을 먹고(이것도 왜 하필 육개장이지?) 교보문고로 향했다.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를 사러 가는 길이었다. 가는 길에 인간실격을 조금 읽었다. 밖에 돌아다니지 않으니 미니북을 읽을 시간이 많이 없다. 그래도 절반 정도 읽긴 했는데 이젠 답답해서 안 되겠다. 그냥 집에서 다 읽어버려야지.
버스에서 손잡이를 잡고 가다가 허전한 손목을 보고 팔찌를 주머니에 넣어두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식장에 팔찌를 차고 가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빼두었던 것이다. 그렇게 팔찌를 차는데 손목에 있는 주름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 주름은 왜 생긴 것일까라는 질문과 함께 생긴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주름이다. 얼굴의 주름은 내가 태어나고 얼굴 근육을 움직임으로서 주름이 생기는데 손목은 그렇지 않다. 태어나기 전부터 있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우리 몸에는 태어나기 전부터 있던 주름들이 꽤나 있다. 나는 이 주름들을 태어나기 전 영혼 상태에서 즉 천국(나는 천국이 있다고 믿는다)에서 지구로 내려오기 전에 내가 한 행동의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천국에서 수많은 자살 시도를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손목에 주름이 한 일자로 그어져 있는 것이다. 천국은 죽음이란 것이 없으니 나는 당연히 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자살 시도를 했을까? 죽음이라는 호기심 때문에 했을까? 그리고 팔꿈치에 있는 쭈글쭈글한 주름 또한 태어날 때부터 있었다. 이것은 내가 천국에서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 아닐까? 무릎 뒤에 있는 주름을 봤을 때 앉아서 팔을 턱에 괸 채로 고민을 한 것이다. 그러다가 심심하면 손목을 긋는 행위를 반복 또 반복. + 손을 꽉 쥐었던 주름이 있는 걸로 봐서 나는 화가 많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