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da

3월 8일 본문

오늘은

3월 8일

오루다 2021. 3. 8. 15:44

무관심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아니 애초에 무관심에게 관심을 주는 게 맞는 건가? 무관심은 무관심으로 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것도 관심 같기도 하고..
어찌 됐든 무관심에게 관심을 좀 줘보겠다. 무관심이란 말 그대로 없을 무 관심이다. 관심을 주지 않는 것. 이것보다 단순하고 이것보다 어려운 단어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나쁜 쪽으로 어딘가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무관심’이라는 스킬을 사용하여 그 사람을 최대한 피하려 할 것이다. 여기에 동의하는가? 그런데 여기에 모순이 있다면 분명 없을 무 관심인데 ‘피한다’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피한다는 것은 앞에 어떤 상대를 인식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심이 필요한 것이고 그렇게 되면 회심의 무관심 스킬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게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여기서 “나는 피하지 않고 무시하는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건 사실 나도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한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무시를 한다고 마음을 먹었으면 정말로 무시할 수 있나? 외적으로만 그렇게 보이고 사실상 내적으로는 그 상대의 행동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신경 쓰이지 않았는가? 그래서 그 사람이 없을 때 뒷담도 까는 것이고.. 역시 어렵다. 무관심이라는 단어는 단어 자체만 봤을 때는 정말 쉬운 것이지만 이행하기 가장 어려운 단어인 것 같다.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 보자면 ‘무관심’은 요즘 사회에서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고령의 독거노인을 방치된 채로 방 안에서 죽어가는 뉴스라든지 차 안에 몇 개월 되지 않은 아기를 둔 채로 4시간을 훌쩍 넘기고 돌아와 차 안에서 쪄 죽은 아이를 발견했다든지. 무관심에 대한 많은 뉴스거리들이 활개하고 있다. 이런 뉴스들을 보면 대부분의 반응은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나쁜 놈들이네” “저럴 거면 애를 왜 낳았대?”이다. 이런 걸 봤을 때 어쩌면 '무관심'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한 관계 속에서 이것이 정말 진실된 사랑인지 혹은 그른 사랑인지를 밝혀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랑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방치된 채 죽은 아이처럼 거짓된 사랑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이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사랑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보다 더 사랑하는 존재가 있을 수도 있고 혹은 사랑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무'적인 것이 있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사랑의 껍데기를 벗겨주는 '무관심' 어쩌면 무관심은 사랑이라는 열매를 잘랐더니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벌레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728x90

'오늘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월 22일  (0) 2021.03.22
3월 16일  (0) 2021.03.16
눈동자의 뒷면에 어떤 감정이 묻어있을지  (0) 2021.02.25
개싸움  (0) 2021.02.20
가끔은 메타세콰이어보다 그냥 일반 나무가 더 멋진 것 같아  (0) 2021.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