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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오루다 2021. 4. 12. 00:07

흉터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손등에 있는 흉터를 봤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문... 문.... 문지원? 어쨌든 문씨 성을 가진 여자애랑 팔씨름을 하다가 내가 질 것 같아서 그 여자애 손등을 손톱으로 찍었고 그 친구도 찍었고 그렇게 지저분한 팔씨름을 하다가 생긴 흉터였다. 그때는 그런 게 그냥 재밌었다. 서로 웃으며 넘겼는데 지금 손등을 보니 아직도 남아있어서 사실 좀 당황스럽다. 내가 남아있다는 것은 그 여자애에게도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분명 걱정을 해야 하는데 소름 돋게도 나는 지금 ‘걔도 손등에 나있는 흉터를 보고 내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홀리.. 어찌 됐든 이런 흉터를 보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이 든다. 물론 시적으로 말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생긴 흉터가 8-9년이 지난 지금도 있다는 것에 흉터 자체에게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기도 하고 또한 이런 육체적인 흉터도 이렇게나 오래가는데 심적으로 생긴 흉터는 얼마나 오래갈지.. 이건 약간 두렵기도 했다. 내가 여태 해왔던 말들 중에 상대방에게 흉터질만 한 말을 하지는 않았을지. 사실 나는 이런 거에 좀 조심스럽다. 내 말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잡혀 있어서 (예를 들면) 호저님처럼 하고 싶은 말 다 하며 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고 싶은 욕구는 분명하게 내게 자리 잡고 있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활동했다. 어쩌면 나는 이런 계기?로 집돌이에다가 혼자 있는 게 편하다고 느끼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은 호저님처럼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거기에 대한 책임은 따르겠지만 나는 젊음이 무기니까 까짓 거 나랑 안 맞는 사람들을 걸러낸다는 생각으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옛날부터 좋아하던 말이 있다 ‘우울해도 웃으면 기분이 나아져요’나는 이 말을 믿어왔다. 실제로 우울할 때 웃으면 기분이 나아지기도 했다. 그래서 항상 웃고 다녔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조금 생각해봤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그냥 우울하면 우울한대로 살아가고 행복하면 행복한대로 살아가면 되지 않나? 

방금 독서실에서 우측 상단 구석을 보고 눈을 깜박였는데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엎드려 머리를 받친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파이트 클럽의 1 프레임 브래드 피트처럼. 머지 잠을 못 자서 그런가. 커피 마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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