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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정과 이별_<동급생>_프레드 울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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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정과 이별_<동급생>_프레드 울만

오루다 2020. 12. 23. 12:19

동급생_프레드 울만

옛날 소설을 읽고 싶어 찾고 있던 도중에 베스트셀러 책꽂이에서 이 책을 발견하였다. 부담스러울 정도의 두께도 아니었고 책 표지도 마음에 들어서 바로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것에 시간을 얼마나 들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만큼 푹 빠져서 읽었던 것 같다. 사실 '우정'이라는 소재는 책에서 흔하게 쓰이는 소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프레드 울만은 이렇게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자신만의 깊은 문장으로 생동감 있게 풀어내어 독자들에게 더욱 이목을 끌었던 것 같다.

 

<동급생>은 1930년대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배경으로 나치즘과 홀로코스트의 시대를 다룬 소설이다. 이 책은 '우정'이라는 소재로 굉장히 유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우정의 주인공은 유대인 소년과 독일 귀족 소년이다. 사춘기 나이 때라서 그런지 가족보다는 친구가 우선시되는 성향을 보이는 이 두 명의 주인공은 서로를 아끼며 사랑했다. (이 과정을 읽으면서 프레드 울만이 '우정'이라는 키워드에 얼마나 집중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신중하고 세심한 성격이 문장에서 드러나는 재미도 느껴졌다.) 하지만 신분의 차이로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지고, 동시에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두 주인공은 더 이상 만날 수 없었다. 이런 가슴 아픈 이별 속에서 프레드 울만은 독자의 마음을 알았는지 반전을 숨겨놓고 있었다. 그 반전으로 나는 지울 수 없는 여운을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

 

<동급생>은 청소년 우정 소설로 주된 독자층이 청소년이라 청소년소설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물론 청소년들이 읽으면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힘든 인생을 살고 있는 어른들이 <동급생>을 읽어 잠시나마 학창 시절로 돌아가 잊고 있던 것을 찾기를 바란다.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내가 콘라딘을 친구로 삼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느 날엔가는 내 친구가 되리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그가 전학을 올 때까지 내게는 친구가 하나도 없었다. 우리 반에는 내 우정의 로맨틱한 이상형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여겨지는 아이가 하나도 없어서였다. 내가 그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는 아이도, 내 완전한 믿음과 충절과 자기희생에 감복할 수 있는 아이도 없었다.

 

내가 그를 거의 따라잡았을 때 그가 돌아서더니 내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어색하고 서툴게, 여전히 머뭇거리는 동작으로 내 떨리는 손을 잡아 흔들었다. 「안녕, 한스.」 그가 인사를 건넸고 별안간에 나는 밀려오는 기쁨, 안도감, 놀라움과 함께 그 역시 나처럼 수줍음이 많고 친구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고 그 무엇도 우리의 우정을 방해하지 못했다. 우리의 마법 영역 바깥에서는 정치적으로 불안하다는 소문이 흘러들고 있었지만 태풍의 중심 - 나치스와 공산주의자들 사이의 충돌이 보도되는 베를린 - 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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