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신기섭 (2)
Luda
나무도마 고깃덩어리의 피를 빨아먹으면 和色이 돌았다 너의 낯짝 싱싱한 야채의 숨결도 스미던 몸 그때마다 칼날에 탁탁 피와 숨결은 절단났다 식육점 앞, 아무것도 걸친 것 없이 버려진 맨몸 넓적다리 뼈다귀처럼 개들에게 물어뜯기는 아직도 상처받을 수 있는 쓸모 있는 몸, 그러나 몸 깊은 곳 상처의 냄새마저 이제 너를 떠난다 그것은 너의 세월, 혹은 ㄴ영혼, 기억들; 토막난 죽은 몸들에게 짓눌려 피거품을 물던 너는 안 죽을 만큼의 상처가 고통스러웠다 간혹 매운 몸들이 으깨어지고 비릿한 심장의 파닥거림이 너의 몸으로 전해져도 눈물 흘릴 구멍 하나 없었다 상처 많은 너의 몸 딱딱하게 막혔다 꼭 무엇에 굶주린 듯 너의 몸 가장자리가 자꾸 움푹 패어갔다 그래서 예리한 칼날이 무력해진 것이다 쉽게 토막나고 다져지던 고깃..
등대가 있는 곳 위층에서 터진 물소리가 점점 커진다 그는 또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노를 젓는다 여자의 몸이 방바닥을 휘젓는 소리 그릇들이 난파되는 소리 비명 소리 속으로 콸콸 물이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지난 오후 내내 베란다에 앉아 있던 여자의 흐느낌은 물소리였다 이내 길고 긴 골짜기가 되었다 붉은 화분이 하나 둘 흘러갔고 앞날을 모르고 웃고 있는 환한 사진들이 흘러갔다 불붙는 편지는 뒷걸음질치며 느리게 흘러갔고 우수수 머리카락이 흘러갈 때 멀리 먼바다의 문어대가리처럼 지던 태양은 먹물 같은 어둠을 갈겨버렸다 그때 첨벙첨벙 어둠을 밟으며 장화 신은 그가 온 것이다 늘 바다 비린내가 나는 그의 몸, 그는 거친 뱃사람인 거이다 그러나 한 번도 갑판에 올라본 적 없는 선장 토막나고 썩은 물고기들만 가득 싣고 ..